
학교는 사회의 방패라고 했던가, 연리에게는 그 방패가 무의미 했다.
사회라는 것의 방패 안에서는 또다른 사회가 자라나고 그 속에선 의미도 이유도 원인도 없이 그 안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듯 처음부터 외부인 인 마냥 소녀는 그 작은 사회 안에서 조차 겉돌았다.
가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소녀가 더욱 어릴적에 고아원으로 버려졌고 특별함 하나하나가 눈엣가시가 되는 지독한 일생이 시작되었다.
단 하나, 가지고 있는 목소리. 노래하는 것만이 자신을 따뜻하게 보살펴주었다.
2월 어느 날. 차가운 비가 내리는 졸업식의 일이다.
학교라는 방패가 사라지고 성인이라는 딱지가 붙는 날이었다.
'너도 이제 성인이니 더 이상은 이 곳에 있을 수 없으니 짐과 함께 당장 나가줬으면 한다.'
쏟아지는 겨울비 만치 차가운 말이 핸드폰을 채웠다.
이렇게 되리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 졸업식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결국 학사모가 떨어지도록 획 몸을 돌려 강당을 빠져나왔고 운동장과 익숙했던 등교길을 지나 한참을 달려 고개를 돌리자 그 곳은 낯선 건물사이의 골목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입술 사이로는 이미 따뜻한 기운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입가에서 조막만한 입김이 작게 피어 번졌고 차가운 겨울비는 여린 몸을 흠뻑 적셨다.
추위로 덜덜 떨리는 몸이 크게 휘청이며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이미 얼굴이 비범벅이라 눈물이 나는지 비가 흘러내리는지 알 수 없지만 흐느낌이 울려퍼져 누군가 울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마 이대로 이 곳에 있는다면 필시 겨울비에 얼어서 죽을 것이라 예상했다.
흐린 눈 사이로 공허한 골목을 바라보자 자신 또한 자초적으로 변해갔다.
'아, 슬퍼해줄 사람도 없으니 죽어도 괜찮겠구나.'
천천히 눈을 감으려는 순간 우주와 닮은 무언가가, 그저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제 앞에 둥글게 펼쳐지며 녹색 눈을 가진 사내가 눈 앞에 떨어졌다.
"아, 이거 참, 좌표가 어긋났군. 여긴 어디지? 아, 사람이...지금 본건 잊어주시오... 이런, 숙녀분께서 왜 그렇게 흠뻑 젖어서 넘어져있소? 예쁜 얼굴이 엉망이로군."
그녀가 자신을 본 것이 퍽 당황스러워하며 안절부절하던 도중 그 것이 우선이 아니라 차가운 겨울바람에 흠뻑젖어있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얼굴을 굳히며 자신이 입고있던 코트를 벗어 어깨에 걸쳐주곤 이런 곳에 있다간 얼어죽는다며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는 그의 말을 듣고 빠르게 지나쳐가는 손을 잡았다. 그리도 간절할 수가 없었다.
"당신은 천사님인가요? 제발 날 이 곳에 두고 떠나지 말아요! 당신이 있는 곳으로 제발 날 데려가주세요. 그 손으로 나를, 나를 제발 데려가줘!..."
남자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살펴보다 이내 홀린듯 '게이트 오픈' 하고 입술을 움직이더니 아까 보았던 공간이 두 사람을 잡아먹을 듯 입을 벌렸다.
고개를 내려 귓가에 '눈 감아.' 하고 나지막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감고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여행자 타키온과 이세계의 멜로디 첫 만남 fin .